비오는 날
가을이 성큼성큼 걸어올 것만 같다. 
단순한 일상......머리 속엔 빗줄기처럼 상념들이 내리고 있다. 내 삶이 심플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과 감사함이 가을과 함께 파고든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사는 것은 오랜 바램이었다.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것은......놀라운 축복이지 않은가?
by something | 2008/08/22 11:53 |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 | 트랙백 | 덧글(0)
미쳐버릴 것 같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정말, 미 칠 것 같 다.

 머리 속에서 허리 토막이 잘린 문장들의 상체와 하체 혹은 팔, 다리들이 어지럽게 돌아 다닌다. 이 퍼즐을 어떻게 맞추어 나가야 할까?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네줄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버릇처럼 하루에 한 권씩 소설 책을 읽어댔다. 읽다보면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지난 밤과 새벽에 조경란의 '혀'를 읽었다. 역시 잘쓴다. 감각적이고 파편적이지만 하나씩 조각이 맞춰지고 ...작가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았음에도....나는 .....이해한다. 

 80page 분량의 시범학교 보고서를 쓰면서 소설이라니....... 좀더 딱딱하고 논리적인 글을 읽어야 할까? ....그러나....단단한 것들 앞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물렁하고 흐물거리며 부드러운 유연함이다. 극과 극이 통해서가 아니라......논리를 요구하는 글이든 감성을 깨워야 하는 글이든 하다 못해 시험문제를 내야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언제나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다. 과제의 진행이 더딜수록 독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다른 사람의 글 몇 권을 읽었으니 이제는 내 글로 토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을테니 말이다. 
 
 학교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삼일 동안 내가 학교에서 쓴 것은 겨우 네줄이다.
"알빈 토플러를 비롯한 미래 사회학자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이미 서구 사회의 탈산업화 및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를 예측한바있다. 급속한 근대화를 경험한 우리 사회 역시 1980년대 후반, 지식정보 혁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지식정보사회로 전환"
겨우 이 걸 쓰려고 학교에 간 셈이다. 학교에서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도서관에 가서 책장을 쳐다보며 보냈다. 책들이 내 머리 속에 제목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을 황홀하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보고서를 쓰게 된 절반의 이유는 내 대책없는 일 욕심때문이었다. 쓰는 것에 대한 겁도 없었지만 연구기획 업무를 하는 동안 한번은 써보고 싶었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는 기회일 수 도 있으니까. 매년 업무가 바뀌는 학교 업무의 특성과 내년 인사이동에는 다른 학교에 가 있어야 한다는 상황, 시범학교라는 것이 언제나 할 수 있는 업무도 아니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물론 시범학교 보고서를 꼭 써야만 내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싶다. 수업은 물론이고 학교행정에 관해서도 나는 유능한 교사이고 싶다. 해마다 부서와 학년을 이동할 때 부장들이 선호하는 사람이라는 객관적 평가 뿐아니라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욕심이 많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방학식을 하는 다음 날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는 연락이 왔다. 조직검사를 했고 수술 날자를 잡고 기다리는 동안 5일짜리 금융경제 연수를 받았다. 금감위 연수원까지 가는 시간만 1시간 30분이었다. 연수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무료하게 일주일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 연수를 받으려고 연수 접수 첫날부터 팩스 앞에서 신청서를 들고 서 있었다. 경제교육은 중요한 거니까...내가 배워와야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다. 검사결과가 않좋다는 것을 알렸을 때...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연수든 보고서든 포기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그러고 싶지 않았다. 난 정말 잘하고 싶다. 가끔....내 자신이 참 독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억척스러움, 욕심....어쩌면 그것들의 결집체가 나라는 인간일런지도 모르겠지만...나는 정지하는 것이 싫다. 배우고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인 것은....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수술을 받고 나면 곧바로 보고서를 쓰리라고 생각했었다. 의사도 수술하고 많이 힘들지는 않을거라고 했다. 초기라고 할 수 조차 없이 빠른 시기에 정말 간단한 수술을 한거니까. 개학날까지는 보고서의 초안이 나와야 했다. 2주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얼마간은 편한 마음으로 수술할 수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보고서를 쓰고 수술 날을 잡았을 것이다. 퇴원하고 일주일은 누워서만 있었고...............그다음부터는..............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내가 선택한 해결책은 역시 남의 글을 읽어대는 것이었다. 효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험적으로 볼 때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믿어보기로 한다. 일단....지금 현재로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머리 속을 부유하고 있는 단어와 단편적 문장을 연결해보자. '맘먹고 앉아 쓰면 금방 쓰잖아'라는 동료들의 말이 이번에도 적중하기를.

"진.....아자!아자!화이팅!!"

by something | 2008/08/16 13:30 | 나는생각한다 고로 나는존재한다 | 트랙백 | 덧글(0)
사랑이라는 다중적 생명체에 대한 평면적 설명

 손수진 지음

 북하우스

 2008.05.13

 309page





화려한 색채가 먼저 들어왔다. ....그것은.....일종의 거부감이기도 했다. 약간의 활자중독증을 가진 나로서는....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다채로운 삽화가 어지럽기까지 했다. 기방 안을 들여다 본 여염집 여자의 어리둥절함 같은 것을 이책을 열어보면서 맛보았던 것 같다. 작은 문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진 문고판의 평화가 그리웠다. ............어쩌면...나는....사랑이라는 것도 ...문고판같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첫사랑과 결혼하고 싶어했고 아무런 굴곡없이 평화로운 가정의 안주인이기를 워했던 나는..............여전히 사랑에 있어서 문고판으로 남아있을까? 문고판이기를 원할까? 아니면...화려한 삽화와 자유로운 문체로 쓰여진 이 책 '낭만주의자의 연애 세포 관찰기'라는 책처럼 당차고 자유로운 사랑을 옹호하고 있을까?


1. 사랑.......화려한 포장지의 사탕을 손에 쥔 아이

  사랑의 시작은.......놀이 동산의 과자 코너에서 파는 사탕과 비슷하다.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 보고 싶은 본능에 가까운 충동. 그것을 을 억제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신경세포를 건드리는 누군가를 비켜쳐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비슷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랑이 없는 이유는......내가 부여하는 의미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저자 손수진은 그남자의 '이걸 어째'라는 저음의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한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수만개의 사탕 중에 내가 집어든 사탕이 유일한 이유가 백만개는 되는 것처럼 사랑의 시작도.....자기만이 아는 특별함때문이리라.


2. 사랑의 일상화....이별에 가까워지는 지름길. - 늘 내 손 안에 들려있는 사탕의 포장지는 더이상 화려하지 않다. 

'네가 없는 내가 이제는 상상이 않돼'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땐......그사람 뿐아니라 나도 역시 그랬다. 일상이 그의 색깔로 채색되어가는 과정이 사랑의 진행일테니까. 그와 나는.......그래서 겁이 난다고도 말했던 것 같다. 사랑이 깊어지는 정점을 지나면 이별이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탓이리라. 익숙해진다는 단어는 편안하지만 설레이지 않는 이중성을 가진다. 사랑이 일상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고 슬픈 것이다. 


3. 이별......세상에 모든 이별은 아프다. 사탕 많이 먹으면 이빨만 썩어 아픈 것처럼.

 이별의 중후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것도 모든 이별에 공통적으로.
 그럼에도.....세상의 모든 이별은 아프다. 분노와 기다림의 과정을 거치면 체념의 경지에 다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짐의 열반에 들게 된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 모든 사랑의 공통점이지만...모든 사랑은 특별하고 그만큼 어떤 이별이라해도 이별은 상처를 동반한다. 사랑이라는 것도 일종의 항상성이 있는 것 같다. 생명체가 항상 최적의 생존조건을 맞추면서 생명을 지속시키려고 하는 본능을 가진 것처럼 사랑도 스스로를 치료한다. 이별이라는 상처에 필요한 것은...결국...적당한 시간의 흐름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내가  더이상 이렇게 가볍게 사랑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상처투성이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 슬펐다. 삶이 나를 이렇게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리게 했다는 원망보다는 사랑의 순수성과 싱싱함을 거부할 만큼 지쳐버린 내가 안타까웠다. 나는......항상 사랑에 목말라하면서도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은 유토피아 같은 것일테니까.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면서도 모든 문제의 근원이 사랑이다. 가장 완전하면서도 가장 불완전하고, 가장 강하면서도 가장 나약하며, 가장 선하면서도 가장 무서운 것......그것이 내가 아는 사랑의 전부이다. 

 사랑의 시작과 진행, 이별의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예쁜 책......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루했다. 깊이가 없다거나 지나치게 일상적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것을 예쁘게만 받아들이기에는.....너무도 많은 사랑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삽화가 예쁜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평면적이지만은 않다. 말할 수 없는 친밀함임과 동시에 무서운 냉정함이기도 한 것이 사랑이다. 이별이 아픈 이유는 친밀함의 이면에 있는 냉점함을 보아야하기 때문인 것처럼 ......사랑의 여러가지 얼굴은 때때로 인간을 설레이게 하고, 공격하고, 기대하게 하고, 허무하게 한다. 그렇게 뜨겁던 것이 한 순간에 없어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무서운 배신일 것이다.
 
.............불행히도......이 책은 그것이 빠져있다. 냉정한 평가 일런지는 모르지만.....이 책......화려하고 아름다운 삽화가 전부이다.


이글루스 가든 - 일주일. 한 권의 책과 사랑하기.
by something | 2008/08/13 15:58 | 책...말할 수 없는 위로 | 트랙백 | 덧글(0)
....
 한번도 온전하게 떠나본적은 없었다.  내 머리 속을 형성한 팔할은 기독교적 가치관이었으며.....나는 감히 신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으므로.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맹목적인 믿음을 동원하여 수용하려고 했으며......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생겨도 나를 향한 신의 특별한 계획과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내가 온전한 신앙인이었다고 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한번쯤은 완벽하게 떠나보고 싶다. 길의 끝에 또다른 길을 만나는 것처럼 ....해답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하나님은...지금의 나를 보시고 뭐라고 말씀하실까하는 생각같은 것은 안하려고 한다. 한 발을 빼고 있으면서도.....어쩌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내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에서도 벗어나보고 싶다. 어린 내게 공기같은 존재셨던 분. 언제나 나를 울게하셨고.....강하게 하셨고....온유하게 만드셨던 분. 아이러니하게도.....지금 이순간도 나는 나의 하나님이 그립다.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것과 삼위일체신 그 분의 속성을 부인하지 못하는 내가......그 뿌리 깊은 사랑과 그리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그또한 따지지 않으려한다. 기도같은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행적에 대한 성경적 가치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유롭게 흘러가보자. ......그러다보면 답도 보이리라.
by something | 2008/07/23 16:44 | 나는생각한다 고로 나는존재한다 | 트랙백 | 덧글(1)
이제 그만.

 마치........... 마블링(marbling) 같다.
 
 정형화되지 않으며 즉흥적이고, 변덕스럽다. 물 위에 유성 물감을 뿌리고 종이로 떠낸 마블링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찰나적인 포착.......천형(天刑)과도 같은 형벌이면서도 색색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색채로 위장하지만......결국......본질은 공허하다. 마치....마블링처럼. 

 나는........언제쯤이면 그 속임수같은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by something | 2008/07/22 16:15 | 나는생각한다 고로 나는존재한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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